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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우 박사(환경생태 연구활동가)


지난 주말 내린 비로 도심 곳곳에 피었던 벚꽃이 많이 저버렸다.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100년 이래 가장 이른 시기에 벚꽃이 피었고,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제대로 꽃구경하지 못한 분들이 많다. 부천시의 3대 봄꽃 축제인 도당산 벚꽃축제는 작년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고려하여 개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타깝게도 전면 폐쇄되었다


이에 시민들은 동네 공원에서, 아파트단지에서 그리고 가로수길에서 소소하게나마 벚꽃을 즐겼다. 이맘때에는 가수 장범준이 작곡한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유명해진다. 사랑하는 연인들, 친구들, 가족들이 알 수 없는 이 떨림의 마음으로 흩날리는 벚꽃 잎 풍경의 거리를 걸어간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그런데, 가로수길 벚꽃엔딩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흩날리는 벚꽃이 가득했던 가로수길 나무의 가지가 무자비하게 잘려 꽃나무라 하기에 볼썽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다. 찬란했던 벚꽃 가로수길이 탄식의 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 안타까운 변화가 부천에서 진행되었다


부천에서 가장 멋진 벚꽃 가로수길은 어디일까? 필자는 2019년에 부천시 가로수 조성·관리 기본계획용역을 수행하면서 부천 구석구석의 가로수길을 모두 가보았다. 최고의 벚꽃 가로수길은 원종동 고강제일시장에 있는 고강로 40번길, 역곡동의 역곡상상시장 북쪽 거리인 지봉로라 보고하였다. 당시 이 두 가로수길을 부천의 아름다운 걷고싶은 길특화가로 20선에 포함하여 가로수길을 브랜드화하고 가로숲으로 정비하고 시민참여형 관리사업 추진이 담긴 내용을 기본계획에 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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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동 고강로 40번길 벚꽃 가로수길(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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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곡동 지봉로 벚꽃 가로수길(2019년)


가로수 기본계획이 심의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 두 벚꽃 가로수길은 목()숨만 유지한 채 위기에 처해있다


부천 최고의 벚꽃 가로수길, 위기에 처해


역곡동 벚나무는 작년부터 과도한 가지치기를 시행하여 일부 시민(나유진)에 의한 제보가 있었고, 올해에는 정재현 부천시의원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였다. 정재현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역곡동뿐만 아니라 벚꽃축제가 열리는 원종동 고강제일시장 가로수도 강하게 가지가 잘려 휑하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부천시 녹지과에 확인한 사항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벚나무 잎에 사는 흰불나방이 잎사귀가 떨어지면 상가로 침입하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올해만 강전지를 하였고 내년에는 다시 아름답게 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나유진님 페이스북(2020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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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현 부천시의원 페이스북(2021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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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에서 최근 몇 년간 무분별하고 무자비하게 진행되어 온 과도한 가지치기에 문제를 제기한 시의원이 생겨 가로수를 아끼는 처지에서 무척 고맙고 반가웠다. 그러나 정재현 의원의 반응은 공무원 손바닥에 놓여 있다. 올해에만 강전지 했다니, 흰불나방 예방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니, 내년에는 다시 아름답게 필 것이라는 변명에 봉합되었고 문제제기 점수만 얻고 있는 형세다


흰불나방이 부천의 벚나무만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지역의 아름드리 벚나무 가로수와 비교할 것도 없이, 주변 민간에서 관리하는 아파트단지의 벚나무만 보더라도 겨울철에 볏짚도 두르고, 방제도 해서 관리에 애를 쓴다. 가로수는 공공수목이고 가로수길은 공공장소이다. 상가 주인의 민원요구가 거셌다고 한다면, 녹지과 공무원이 사명감을 걸고 벚꽃을 사랑하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내년에 화려한 벚꽃을 절대 기대할 수 없다. 공무원의 직무유기이자 기만이다!


부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과도한 가지치기(강전정)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천시장의 약속은 어디에??? 

"녹지가 우거진 시를 만들고, 강전정을 하지 않겠다."


최근 몇 년간 기억을 되살려 본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취임 후 20181011일 중앙공원 잔디밭에서 시민 400여 명과 부천시장 시민과의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한 시민이 수십 년 된 나무를 왜 강전정하느냐?”고 지적했는데, 부천시장은 내년부터는 녹지가 우거진 시를 만들도록 노력하며 강전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어김없이 강전정이 이어져 왔다. 시청이 관리하는 가로수가 그러하니 학교의 나무도, 상가앞의 나무도, 아파트의 나무도 마찬가지다


나무를 관리하는 방식에 있어 강전정 관행은 부천이 아마 전국에서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이미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시민의 요구에 응답한 시장의 약속이 반영되지 않는 시정(市政)이다. 2018년에 그린시티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9년에 2035 도시기본계획 미래상을 스마트 녹색도시 부천으로 삼은 게 무색할 정도이다. 부천시 가로수 기본계획을 수립한 전문가로서 부천시민으로서 부끄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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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 지은지 30년이 넘는, 이 아파트와 함께 역사를 같이 한 나무들이 주차장 증축을 위해 무참히 벌목됐다. 

 (서울신문, 2021년 4월 2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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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 부천약대초등학교의 나무들, 이 사진 제보자는 "운동장 가에 자라는 은행나무를 전기톱으로 아예 몸통만 남기고 잘라버렸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학교에 전화해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교가 이렇게 반생명적으로 나무를 자를 수 있냐고 (항의) 했더니 이렇게 해야 이쁘게 자랍니다."라고 말했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제공

(한겨레신문, 2021년 4월 5일 보도)


가로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풍치를 주어 마음을 즐겁게 하고,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주어 시원하게 하며, 자동차 통행이 잦은 도로에서는 소음을 줄이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주고, 단절된 도시녹지를 연결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등 도시에 꼭 필요한 그린인프라이다


가로수, 도시에 꼭 필요한 그린인프라


자연녹지와 공원이 부족한 부천에서는 더욱 중요한 존재이다. 그런 도시환경의 필요로 도입된 가로수인데, 상가 간판을 가린다며, 전선을 보호한다며, 너무 크게 자라 쓰러질 우려가 있다며,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며, 열매가 떨어지고 냄새가 불쾌하다며, 벌레가 생긴다는 이유로, 강전정이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매년 과도한 가지치기가 반복되고 있어 수목의 건강성과 존엄성이 훼손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피해와 손실은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도시에서 가로수와 시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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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는 우리가 집 문밖을 나가서 가장 첫 번째로 마주치는 자연물이다. 도로 옆 좁은 보행로에 힘겹게 살아가는 가로수를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알맞은 생육환경과 제 모습을 보살펴 주지 못하여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시민의 마음과 행동이 필요


도시 가로수의 혜택을 받는 시민들이 일상생활 공간에서 마주치는 가로수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을 돌보고자 하는 공동체성이 배양된다면 궁극적으로 자연보전의식이 고취되어 자연을 배려하고 공생하는 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도시는 동네 주변 가로수를 아끼고 보살피려는 시민의 마음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부천시민 84만 명에게 혜택을 주는 가로수는 모두 3만 5천여 주이고, 그 중 벚나무는 2천 7백여 주다. 찬란한 봄날 가로수길 벚꽃엔딩을 즐길 수 있는 도시마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흰불나방, 상가민원 그리고 적당처리에 익숙한 공무원을 넘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필자소개

최진우 박사

연구자와 사회활동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환경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에코 액티비스트 리서처(Eco-Activist Researcher), 환경생태 연구활동가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시민모니터링 및 시민과학, 생물문화경관으로서 자연과 사람의 상호관계, 환경거버넌스 및 시민정치 등이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강사,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 정책위원장, 부천YMCA 시민사업위원, 가로수를아끼는사람들 대표,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경기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연구기획위원 등을 맡고 있다.


진단과 전망은

국가현안이나 지역현안에 대하여 진단하고, 정책적 의견을 제시하여 공론(公論)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진단과 전망'은 매주 화요일 발행된다. 


한글 파일이 필요한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4-1(가로수길 벚꽃엔딩이 사라진 도시마을의 애처로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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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댓글
  • dawn1117 2021.04.06 13:46
    가로수 강전정, 왜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이 지속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오로지 인간의 편리함만을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 자연을 훼손한 결과 팬데믹이라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재앙을 겪고 있다. 이제는 정말 멈춰 서서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향해 모든 촛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 부천사람 부천사람 2021.04.06 15:27
    글을 읽으며 부천시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우리는 어떻게? 왜? 집 앞의 나무 한그루 조차 못지키며 살고 있을까요? 인간의 눈 앞에 보이는 편의만을 위해 가로수를 싹뚝 잘라내고...미세먼지, 대기오염, 녹지 부족으로 고통받는 어리석음을 이제는 벗어나야겠습니다. 내 마을 가로수 지키기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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